대한민국 고등교육 정책이 전환점을 맞았다. 교육부가 쥐고 있던 재정과 권한이 지역으로 이관되면서, 대학을 둘러싼 생태계는 각 지역이 스스로 설계하고 운영해야 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라이즈(RISE)'는 학령인구 급감과 지방대학 위기,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다. 제주RISE 사업 출범은 단순히 대학 지원 차원을 넘어 지역의 생존 전략이자 미래 성장 전략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크다. [제주의소리]는 제주RISE센터의 설립과 의미, 각 대학별 전략과 과제 등을 5편에 걸쳐 다룬다. / 편집자 주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중 위기 속에서, 대학은 생존의 이유를 다시 써 내려가야 했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융합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곧 대학의 사명이 됐고, 특히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실무 인재를 배출하는 일은 대학의 숙명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관광대학교는 일찌감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직업인 양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학문 탐구와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의 실무 능력 향상과 현장 적응력 강화에 주력했다.
이는 지역 혁신의 해법으로 자리매김한 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사업의 지향점과 궤를 같이한다.
가장 큰 난제로 꼽히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관광대 RISE사업단은 '제주를 맞들다'라는 슬로건 아래 '산업과 지역을 연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대학'이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기존 산업을 지탱하고 미래 산업을 운영하며, 지속가능한 관광으로의 확장을 모색하겠다는 포부다.
사업단이 설정한 혁신과제는 △3대 특화 인재양성 체계 구축 △로컬창업 플랫폼 기반 지원체계 △글로벌 실무인재 양성 허브 △평생교육 체계 고도화 △체류형 런케이션 모델 구축 △미래혁신 상생모델 도입 등 여섯 가지로 압축된다.
비전의 중심에는 세 가지 인재상이 있다. 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연결하고 작동시키는 'Operator', 제주 경제의 근간을 유지·고도화하는 'Supporter', 그리고 지역과 협력해 지속가능한 관광 가치를 공동 창출하는 'Co-Creator'가 그것이다.
제주관광대는 첨단 기술의 개발보다는 기술의 현장 활용성과 접목 능력, 그리고 지역사회의 실질적 필요에 집중한다. 산업을 지탱하고, 지역의 공공적 가치를 확장하는 대학으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다.
교육개편의 현장성은 커리큘럼 설계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대학은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교육자문위원회를 통해 산업 수요를 반영하고, 자율전공제와 융복합 트랙을 도입해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4년제 학과에는 글로컬 창업 트랙을 신설하고, 프로젝트 기반 산학협력형 교과를 전면 배치했다. 핵심은 ‘현장 수요가 곧 교육 혁신의 출발점’이 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다.
수치로 확인되는 목표도 분명하다. 취·창업 연계 프로그램은 2025년 18건에서 2029년 70건으로, 창업기업은 7개에서 20개로, 평생교육 수강생은 200명에서 1200명으로, 산학협력 MOU는 25건에서 60건으로, 런케이션 참여자는 50명에서 300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지표들은 단순한 성과 수치가 아니라, 지역과 대학의 연결성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압축된 신뢰 지표로 해석된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일자리의 글로벌화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제주관광대는 지역 내에서 부족한 관광·돌봄·웰빙 분야의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전용 학과를 개설하고, K-교육의 글로벌화를 위한 온·오프라인 융합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유학생 및 제주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입학-취업-정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중이다. 졸업 전후로 이어지는 취업지원과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인재의 성공적인 지역 정주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주관광대는 네이밍부터 관광산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학은 '융복합'에서 해법을 찾았다. 제주의 자연·문화·역사라는 고유한 자원을 기반으로, 지역 맞춤형 교육-연구-창업이 하나로 연결된 학습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상 속에서 탄생한 것이 체류형 'CETO(Connect–Experience–Train–Operate) 런케이션' 모델이다.
출처 : 제주의소리(https://www.jejusori.net)